
법률 뉴스나 판결 보도에서 종종 접하는 용어인 “파기환송”은 법원이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중요한 절차 중 하나로, 상급심의 심리 기능과 하급심의 재심리 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파기환송의 개념, 법적 근거, 절차, 실제 사례와 그 의미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파기환송의 개념과 법적 근거
파기환송(破棄還送)이란, 상급심 법원이 하급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나 절차상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 판결은 잘못됐으니 다시 심리하고 판단하라"는 명령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사소송법」 제418조, 「형사소송법」 제396조 등에 파기환송에 관한 규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 모두에서 파기환송이 가능하며, 상고심(대법원)이 주로 이를 선고합니다.
파기환송의 본질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이 법적 판단에 집중하고, 사실 판단은 하급심이 담당하도록 하는 사법 시스템의 분업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예를 들어, 1심과 2심에서 피고인이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증거능력에 하자가 있다”거나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냅니다. (예시: 25/5/1 이재명 사건)
고등법원은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에 구속되며, 다시 사건을 심리하여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파기환송의 법적 목적은 잘못된 판결을 시정하고, 동일 사건이 잘못된 법리에 의해 반복해서 오판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법적 안정성과 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파기환송 절차와 효과
파기환송 절차는 보통 다음과 같은 과정을 따릅니다. 우선, 원심 판결에 대해 상고가 제기되면 상급심 법원이 사건을 심리합니다.
이때 상급심은 새로운 증거나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원심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과 절차적 적법성을 판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률 적용의 오류, 판례 위반, 증거능력 문제 등이 발견되면, 상급심은 판결을 파기(破棄)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환송(還送)합니다. 환송받은 법원은 상급심의 법률적 판단에 구속됩니다.
즉, 상급심이 특정 법리를 확립하거나 해석을 제시한 경우, 원심 법원은 그 판단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다만, 동일한 사실 관계에 기초하여 상급심의 판단을 따르되,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거나 사실 관계에 변동이 있으면 다른 판단을 내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파기환송의 효과]
첫째, 법률심과 사실심의 역할 분리
대법원이 직접 사실 판단에 관여하지 않고, 법률적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사법 체계의 구조를 유지합니다.
둘째, 법적 안정성 확보
상급심의 판단을 통해 전국 법원의 법 해석과 적용을 통일하여 판결의 일관성을 도모합니다.
셋째, 재심리 기회 제공
하급심이 다시 사건을 심리하여 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결을 내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파기환송은 재판 지연이라는 부작용도 발생시킵니다.
동일 사건이 여러 차례 상고와 환송을 반복하면 최종 확정 판결까지 장기간 소요될 수 있으며, 당사자에게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법원은 파기환송을 신중히 판단하고, 가능하면 재심리 과정에서 신속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기환송 사례와 사회적 의미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유명 사건에서 파기환송이 선고되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2019년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특정 범죄에 대해 형을 따로 선고해야 한다는 분리 선고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의 법리를 반영해 다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뇌물액 산정 및 횡령죄 판단과 관련해 법리적 오류를 지적하며 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은 다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파기환송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넘어, 사회 정의 실현, 법치주의 확립, 권력 견제의 수단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는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사회적 논란을 줄이고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파기환송을 “법원의 책임 회피”나 “결정 미루기”로 비판하기도 합니다.
사건을 다시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면서 최종 결정을 미루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급심이 보다 적극적이고 명확한 법리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파기환송은 상급심이 하급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법적 안정성, 정의 실현, 판례 통일이라는 사법 체계의 핵심 가치가 유지됩니다.
그러나 재판 지연과 당사자 부담이라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파기환송의 본질과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법원이 국민의 권리 보호와 공정한 재판 실현이라는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